
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
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
새들을 위해서다
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
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
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
오늘도 거리에 유난히 작고 가는
나뭇가지가 부러져 나뒹구는 것은
새들로 하여금
나뭇가지를 물고 가
집을 짓게 하기 위해서다
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
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
누가 나를
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
-정호승 ‘포옹’ 중-